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횽다이어리

일본어 한마디 해보겠다고

용실리스의 일본인 친구인 마미코가 한국 여행을 와서 함께 만나서 저녁을 먹기로 했단다. 이제 막 3단계 째 배우고 있는 일본어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아니 한마디라도 일본인과 직접 대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었다. 저녁 6시에 만난다고 하는데 나는 7시 퇴근이니 끝나자 마자 가도 저녁은 이미 다 먹고 끝나는 분위기일 것 같기도 하고...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하다가 결국은 가보기로 결정했다. 오기 전 부터 삼겹살을 먹고 싶어했다는 일본 친구들을 위해 종로 떡삼시대에서 삼겹살을 한참 굽다가 계산하고 나오는 찰나였다.
하지메마시떼와 곰방와로 떨리는 인사를 한 후, 이름하고 나이를 간단히 소개했다. 재작년 일본에 가서 만난 일본인에게는 계속 망설이다가 마지막에 헤어질 때 사요나라 한마디를 간신히 했었는데.. 그 때보다는 좀 발전한건가?
호떡을 먹어보고 싶다는 그들을 위해 인사동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어쩌다보니 마미코와 내가 앞서 가게 됐다. 오! 떨리는 순간.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하냐.
10시부터 7시까지 일한다.
피곤하냐.
피곤하다.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들며) 집에서 회사까지 멀다.
버스탄다.
얼마나 걸리냐.
한시간 걸린다.
마미코는 무슨 일을 하냐.
경리본다. (경리라는 한국말을 이미 알고 있었음 ㅋ)
호떡을 먹어본 적이 있냐?
있다. 신오쿠보에서 먹어봤다.
- 학원 선생님 질문 같은 대화까지는 어느정도 순조롭다가 뒤부터는 헤매기 시작했다.
영림상은 맛있는 집을 많이 아냐. 밖에서 먹고 들어가냐.
종종 밖에서 먹기도 하고 집에서 먹기도 한다.
언제....??????
월요일,화요일,수요일.....일요일... 어쩌고 저쩌고.....
스미마셍!
- 더이상 대화가 안되는 답답한 상황에 스미마셍으로 일단락 지었다. 휴.......

전통소품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서 약간의 쇼핑을 한 후 '수요일'이라는 전통 찻집에 가서 전통차와 한과를 시켰다. 연신 오이시이, 스고이를 외치며 맛을 감상하는 마미코 일행들.
내동생과 그네들은 순조로운 대화를 나누며 웃고 즐겼고, 나도 대충 눈치로 알아듣고 함께 웃었다. 그러던 중 동생이 갑자기 화장실에 갔다 온다며 나와 일본 친구 3명이 남겨졌다.
아, 어쩌지!
할말이 없어 넷이 멀뚱거리던 중 내 삼오공디 카메라를 보며 스고이 하길래 잠깐 머리를 정리하고 한마디를 내뱉었다.
"강코쿠진와 쉬미가 샤싱오 토루가 탁상 이마스."
일동.. "스고이~"
제대로 알아들은 걸까? 후후.....

뭐라 하는지 대부분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엉망진창의 몇마디 밖에 해보지 못했지만.
동생이 아니면 일본인을 이렇게 직접 만나 말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한다.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어야 하건만, 난 오늘도 학원을 빠지고. 3단계를 다음달에 한번 더 들어야 겠다는 게을른 생각을 하고 있다. 허참.....

마미코와 히로미. 반가웠어요!


마미코가 일본에서 준비해 온 간식거리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