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팀 동료가 여름휴가의 첫테이프를 끊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며 말린망고를 사왔다. 맛 보라며 펼쳐논 망고에 처음엔 별 관심 없다가 카오산에서 사왔다는 말을 듣는 순간 귀가 번쩍. 이미 내 손은 부리나케 한웅큼 쥐어들어 입에 넣기 시작했다.

새콤달콤한 망고 향과 함께 퍼지는
2006년의 카오산 추억이 방울방울....

해외 여행을 많이 다녀보진 못했지만, 나름 동남아는 쏠쏠히 돌아다녔다고 생각한다. 중국, 일본, 홍콩, 태국을 다녀봤는데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태국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가장 매력적인 곳으로 꼽는 곳이자 버닝 중인 곳은 일본이지만, 기억에 많이 남고 남지 않고는 그것과는 별개리라.
카오산로드 지도를 만들어오라는 실현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백배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녀오기 전에는 이런 각별한 추억이 남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안좋은 추억이라면 추억일 수도 있지만, 희한하게도 왜 이렇게 기억에 남는건지.. 그건 시어머니도 모른다.
더위에 지쳐 2시간에 한번씩 숙소에 돌아와서 에어컨 바람을 쐬기를 여러번, 말도 안통하는 상점에 반복적으로 들어가서 미리 준비한 어설픈 영어로 "익스큐즈미, 아임 코리안 리포터"를 외치며 반갑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여러번. 정말 고역의 연속이었다.
습관적으로 셔터를 눌러댈 만큼 사진 찍기 좋아하는 나이지만, 그 것조차 귀찮을 정도였으니..
내가 맡은 구역이었던 람부뜨리 거리는 2년 넘게 지난 지금도 눈에 선하다.


Story 1. 외국에 나가서 왜 한국음식을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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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느껴지는 달콤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
이보다 더 시원맛 맛을 선사하는 김치만두국

방콕에 도착해서 카오산으로 이동,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제일 먼저 간 곳은 '동대문'이다. 한국 사장님께서 운영을 하고 계신 이 곳은 태국 여행자들이 모이는 길잡이, 안내소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할까?
워낙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어치우는 식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국에 나가서 현지 음식을 먹지 않고, 한국음식을 먹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나이다.
그러나.
동대문의 시원한 김치말이 국수와 국물이 시원한 김치만두국.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구워줬던 고기 맛은 정말 일품이었다. 태국 음식도 좋지만, 카오산에 갔다면 동대문 김치말이 국수와 김치만두국을 꼭 맛보길! 후텁지근 더운 날씨에 그 뜨거운 김치만두국이 넘어갈리 만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직접 맛보면 그 시원함에 반하게 될 것이다.


Story 2. 얼음 탄 태국 맥주의 중독성과 널부러진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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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너무나 더운 날씨 때문에 맥주에도 얼음을 타먹는다. 더운 상태에서 맥주를 들이키면 몽롱해지며 나른해지는 그 기분. 몸 구석구석 혈관을 타고 맥주가 흐르며 긴장을 풀어주는 듯 서서히 취하는 느낌, 완전 좋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편의점에서 밤 12시 이후에는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어서 거리에서 몰래 술을 판매하는 이에게 구입을 해야 한다. 워낙 밤에 일찍 자는 타입도 아니거니와 여행을 갔으면 원없이 밤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태국 맥주, 주전부리와 함께 이 밤의 끝을 잡고자 가까운 편의점을 찾았지만, 음료 냉장고에 굳게 잠궈진 자물쇠. 맙소사!
그러나 우리와 같은 여행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빛과 같은 어둠의 구세주들이 있다.
담을 봉지가 없어서 얻은 푸대자루에 어렵게 구한 맥주를 담아서 숙소로 돌아가던 기억.
대단한 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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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팔자가 상팔자? How much is it?

태국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광경 중에 하나는 바로 커다란 강아지들이 길 여기저기에 널부러져 누워 있다는 것이다. 워낙 더운 날씨 덕분인지 두다리 쭉 뻗고 누워서 세상 모르게 주무시고 계시다.
툭 건드리면 "뭐지?" 하고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잠 속에 빠져들 것만 같은. 마트 냉장고 옆에서 마치 판매용품 처럼 가격표를 붙이고 누워 있는 강아지는 모든 태국 강아지의 팔자를 보여준다.


Story 3. 마사지 패키지로 다시 한번 가고 싶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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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사장님의 소개로 들른 첫 마사지샵은 뭔가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알아본 람부뜨리의 '짜이디' 샵에 다시 한번 방문했다. 태국의 마사지는 저렴한 가격에 시원한 마사지를 받아볼 수 있어서 좋다. 무엇보다 말 안통하는 태국인들이 마사지를 해줘서 서로 다른 소리를 맘껏 해댈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강추한다. 태국인들이 한국어로 가끔 "아퍼? 아퍼?"를 연발할 때면 재밌을 따름이다.
그들은 그들대고,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나누며 낄낄댄다.
(옆 사진 : 마사지 받기 전 완전 신난 나)


Story 4. 빗물 젖은 팟타이 맛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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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몇시간 남지 않은 시각. 무심하게도 비가 펑펑 쏟아졌다. 그러나 굽힐 우리가 아니다. 비 맞으며 쇼핑하고 팟타이까지 먹어줬다. DSLR 카메라는 비닐봉지에 고이 싸 나빌레라. 비에도 끄떡 없는 초강력 폰카로 인증샷도 남겨놓았다. 역시 이런게 여행의 묘미지 않은가? 굿굿!!
한국에 돌아온 후 태국 음식점에서 여러번 팟타이를 먹어줬지만, 이 때 먹은 그 맛을 다시 느낄 수가 없었다. 빗물에 적절히 버물여진 여행자만이 느낄 수 있는 최강 팟타이!





하나하나가 다 기억에 남지만 무엇보다 뇌리에 깊게 남은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횽아의 브라더 머리 구타사건과 그 후에 벌어진 브라더의 오징어 투척 사건!
술 마시면 잘 때리는 버릇 덕에 실수를 범하고 펑펑 울면서 잘못을 빌었지만, 그 다음 날에나 용서받을 수 있었다.
그땐 정말 심각했지만, 지금은 웃으며 그 당시를 회상하곤 하니.. 이것도 나름 추억이리라.

여행은 어디로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최대한 그 곳에서만 해볼 수 있는 것들을 시도해보고, 담아 올 수 있는 풍경을 무조건 찍고 적을 것.
힘들고 눈물 나서 더 기억에 남는 카오산의 추억.
기회가 되면 그 때의 멤버로 다시 한번 회상여행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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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낭여행자의 거리 카오산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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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현지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처음 올빼미 여행을 갔을 때의 시부야의 츠키지혼텐과 두번째 오사카 여행에서의 도톤보리의 금룡라멘이 그랬다.
미리 여행책자에서 알아봐 둔 현지의 유명한 맛집들. 막상 가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 헤매기 일쑤지만, 뭐 결국 찾아내서 맛보는 음식은 더욱 맛있기 마련이다.
일본하면 스시, 라멘, 덮밥, 오꼬노미야끼, 다코야키 등을 떠올리고 나도 이런 음식을 꼭 먹어보고자 했었다.
그래서 그랬던가..
기온 부근의 오꼬노미야끼 집을 들어가기 위해 다리가 끊어지도록 걸었었고,
회전스시에서 목구멍까지 차도록 먹고난 후에도 기필코 먹고야 말아야 했기에 다코야키를 꾸역꾸역 먹었었다.
그러나 점점 느끼는 생각은 "아.. 이건 아니잖아?" -_-

네번째, 다섯번째 여행이 되면서 그동안의 내 생각도 점차 바뀌게 되었다.
그냥 돌아다니다 무작정 들어간 집이 우연히 굉장한 맛을 선사할 때,
여행책자에는 나오지 않은 그동안 잘 알려졌던 음식이 아닌 새로운 음식을 발견하고 먹었을 때.
이런 것이 바로 여행의 묘미구나 하는 것을 느끼는 바이다.

그럼, 시모기타자와 이야기로 돌아가서..
기대하고 기대하던 시모기타자와에 간 우리는,
카페도쿄라는 책자에 소개된 '안젤리카'라는 카레빵집 앞에서 책에 나온 사진과 함께 인증샷을 찍고 카레고로케를 사서 먹으며 어둑어둑해질 무렵의 시모기타자와 거리를 걸었다.

예쁜 카페가 많기로 유명한 시모기타자와기에, 저녁에 만나기로 한 마츠시마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작은 커피가게로 들어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EOS 350D DIGITAL | Aperture priority | 18.0mm | ISO-1600 | 2007:12:25 14:47:10

↑ 시모기타자와에 위치한 Cate T


별다른 고민 없이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앗! 라떼가 사발에 담겨서 떠먹는 스푼과 함께 나온다. 눈이 휘둥그레 @.@
"이게 뭐지? 오 신기해,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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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사발카페라테


뭔가 하나 해낸 기분이다.
예상에 없던 신기한 카페라떼 한잔 마셨으니..

시모기타자와를 느끼기엔 뭔가 허전했기에 마지막날 공항에 가기 전 다시 한번 시모기타자와에 올인하기로 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가 선택한 곳은 커리스프를 파는 곳.
밖에서 보니 일본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해서 선택했다.
커리를 고르고 매운 정도를 선택하고, 그다음 밥도 종류와 양(g)을 선택하는 등 굉장히 복잡했다.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용실리스가 없었으면 주문하는데 백만년 걸렸을 것 같다. ㄷㄷ
흔히 먹는 걸쭉한 커리가 아니고 묽은 스프의 느낌이었다. 맛도 좋고 같이 나오는 플레인음료도 궁합이 잘 맞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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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고기 커리스프 세트 ( + 밥, 플레인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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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고기 커리스프


맛있는 밥도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겸 거리에서 쇼핑하다가,
왠지 고풍스러워 보이는 커피가게를 골라 들어갔다.
나이든 일본인 부부(?)가 운영하는 곳인데, 내부 인테리어가 목조로 되어 있는 것이 분위기 있고 좋았다.
아저씨 인상이 좋아서 사진 한장 찍자고 부탁했는데 거절 당한 것만 빼면 100점? (안습)

오리엔탈틱한 요런 느낌의 커피가게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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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와 카페라떼 / 컵이 맘에 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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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느낌이 물씬 나는 타자기

다시 가고 싶다.
맛있는 가게가 곳곳에 숨어있는 시모기타자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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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의 도쿄놀이에 종종 등장하는 시모기타자와 거리.
2007년 12월 일본에 가기 전, 4번이나 일본에 갔으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거리였다.
책에서 본 느낌이 굉장히 좋아서 기대가 됐기 때문에, 5번째 여행에선 제일 기대가 됐던 곳이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첫날 제일 첫 코스로 선택한 시모기타자와 거리는 우중중한 날씨와 왠지 모르게 찌뿌둥한 컨디션 때문에 별로 좋아보일게 없는 흔한 거리로 보여졌다.
기무라타쿠야가 나오는 일드에 섭렵하고 있는 요즘, 그의 말투로 외치고 싶었다.
"なんだよ!!"

이런 느낌으로 돌아갈 수 없다!!
마지막날 다시 한번 시모기타자와에 갔는데, 오 이런이런.. 느낌이 사뭇 다르잖아?
역시 여행은 느긋하게 즐겨야 한다는 진리를 느끼는 순간이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상점들과 커피숖들. 그리고 무엇보다 여유가 물씬 묻어나는 거리.
시모기타자와는 그런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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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모기타자와 역전

※ 시모기타자와 가는 방법
JR 신주쿠역에서 오다큐선 급행을 타고 시모기타자와 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급행을 타면 중간 역을 건너뛰고 2정거장 정도,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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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이한 일러스트가 그려진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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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모기타자와의 상징인 카레빵집 '안젤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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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원두를 판매하는 MOLDIVE / 여름에 얼린 커피를 우유에 넣어주는 라떼가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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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골목에 위치한 선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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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꽃과 소품을 판매하는 DAY'S와 빨간색 간판이 인상적인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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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쁜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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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모기타자와 거리에 가로질러 위치한 철길 / 건널목 신호가 무지 빠르니 잽싸게 건너가야 한다.


햇빛 좋은날, 음악을 들으며 한가롭게 걷고 구경하고 잠시 들어가 커피 마시면 좋은 거리.
다음에 가게 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시모기타자와는 짧은 일정에 돌아다니기엔 뭔가 아쉬운 거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Canon EOS 350D DIGITAL | Aperture priority | 42.0mm | ISO-1600 | 2007:12:25 15:04:38

↑ 아자! 신나게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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