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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일본 기행

같은 장소, 여유의 정도 차이 - 오다이바

2005년 올빼미로 처음 도쿄에 갔을 때, 유명한 곳들은 무조건 한번씩 다 가봐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던 것 같다.
우선 JR 야마노테센을 타고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아키하바라, 우에노를 한번씩 찍어주고,
모노레일을 타고 오다이바 일주 한번.
그리고 숙소가 있던 아사쿠사까지 덤으로..
워낙 빡세개 돌아다니기로 유명한 나이기도 하지만 처음 가는 장소여서 그런지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 많은 곳을 다 돌아다녔나 싶다.
오다이바 모노레일을 타고선 앉자마자 잠이 들어서 연거푸 내릴 정거장을 지나쳤을 정도니 말이다. 덜덜덜
그때는 언제 다시 와볼까 싶었던 생각이었는지, 아쉬운 마음에 좀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자 했던 것 같다.

야경으로 유명한 오다이바의 레인보우 브릿지 앞에 가서는 구도가 잘 나올 벤치를 미리 포섭해서 삼각대로 카메라 세팅을 하고 해가 지기만을 기다렸다. 아사히 캔맥주 두개와 카레맛 과자, 그리고 경달이 mp3에 미리 담아온 스티브 바라캇의 '레인보우 브릿지' 도 세팅이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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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 캔맥주 두개와 카레맛 과자 (초췌한 여행자의 얼굴은 자체심의삭제)

어떻게든 멋진 레인보우 브릿지 사진을 담아가겠다 굳은 결의를 다지고 있는 여행자의 마음이었으리라.
1박 3일이라는 너무나 짧은 아쉬운 오다이바의 하룻밤이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그곳에 가리라 생각도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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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V3로 촬영한 오다이바의 야경 (2005년 촬영)

그로부터 2년 뒤.
전보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고 오다이바에 가게 되었다.
멋진 레인보우 브릿지를 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었고, 바쁘게 돌아볼 당시에는 가보지 못했던 해변공원에서 다코야끼를 먹으며 산책하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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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바람 부는 오다이바 해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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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은 없었던 해변공원 앞 다코야키

그리고 서울에서 개봉하면 꼭 보려고 했던 스파이더맨3을 봤다. 일본 극장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한 마음에 저지른 일이지만 영화가 지루한건지 일본어를 못알아 들어서 그런건지 눈이 감기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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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품 없는 일본 극장 티켓 (할인된 금액이 무려 1,000엔이다.)

그래도 나름 신선한 추억을 만든 것 같다. 아마도 처음 오다이바에 온 것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었던 일이었겠지.

또 다시 오다이바에 가게 된다면 무엇을 해볼까?

여행은 하면 할수록 일정이 줄어드는 것 같다.
그만큼 제대로 둘러보고 특별한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러나, 처음 가보는 여행지 일정을 짜게 된다면 계속 고민을 할 것 같다.
"여기도 가고 싶고, 아! 또 여기도 가봐야 하는데.."

결론은, 내 여행 스타일은 하드(Hard)하다는 거? ㅋㅋ